必死 筆寫

[스크랩] 휴일 / 임승유

시치 2016. 12. 7. 23:34

휴일

 

  임승유

 

 

 

 

휴일이 오면 가자고 했다.

 

휴일은 오고 있었다. 휴일이 오는 동안 너는 오고 있지 않았다. 네가 오고 있지 않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지 모르는 채로 오고 있는 휴일과 오고 있지 않는 너 사이로

 

풀이 자랐다. 풀이 자라는 걸 알려면 풀을 안 보면 된다. 다음날엔 바람이 불었다. 풀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알게 된다. 내가 알게 된 것을

 

모르지 않는 네가

 

왔다가 갔다는 걸 이해하기 위해 태양은 구름 사이로 숨지 않았고 더운 날이 계속되었다. 휴일이 오는 동안

 

 

 

                        —《문학동네》2016년 가을호

                        제62회(2017) 현대문학상 시부문 수상작

-------------

임승유/ 1973년 충북 괴산 출생.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2011년《문학과사회》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