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심금心琴/박지웅
시치
2016. 7. 12. 21:52
심금心琴/박지웅
그때는 눈앞이 캄캄했다
이후, 한 팔을 잃은 연주자는
남은 팔을 자주 꿈속에 집어넣었다
악몽에 자꾸 손이 갔다
도로에 떨어진 팔을 찾아
꿈의 꿈속까지 들어가 뒤졌다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지고 싶을 때
기댈 곳이 꿈밖에 없었다
가끔 새소리를 좇다 기묘한 길로 들어섰다
꿈의 밑바닥에서 자란 넝쿨을 타면
나뭇잎에 붙어 있던 새소리가
까마득한 아래 소리의 묘지로 떨어졌다
한 손으로 팔의 무덤을 헤치자면
여지없이 땔감보다 못한 썩은 팔이 나왔다
그렇게 한참 끌어안고 있으면
죽은 팔이 마음속으로 밀려들었다
하룻밤 하룻밤 또 하룻밤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모아
만질 수 없는 것을 만들었다
이제 숨을 불어넣자 가늘게 소리가 눈을 떴다
연주자는 없는 팔로 악기를 들었다
불행 없이는 울리지 않는 악기가 있다
—《현대시학》201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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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 1969년 부산 출생. 2004년 《시와 사상》신인상, 2005년〈문화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너의 반은 꽃이다』『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paon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