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전갈/최금진
시치
2015. 8. 26. 00:54
전갈/최금진
독하다는 말, 감사히 받겠다
악전고투의 버릇이니 내 평생 달고 가마
황무지 태생인 것도 잊지 않으마
부모가 선인장이고, 조상이 채찍인 것도 기억하마
태양에게서 독을 빌어왔고, 무덤을 갑옷처럼 몸에 껴입었으며
양 훅을 날리는 알몸의 권투선수처럼 두 팔을 들고 네게 가마
나는 가슴팍을 파고 들어 한 방을 노리는 인파이터
얼얼할 틈도 없이 노랗게 마비되는 하늘
백스텝도 없이 으르렁거리며 전진하는 사막의 포클레인처럼
불을 뿜는 정유소 굴뚝을 네게 선사하마
네게 치명상을 안겨주마
부푼 흰 동공을 보이며 거품을 물고 뒤로 넘어가는 달
똑똑히 보아라 네가 잘 못 쏜 화살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와서 네 등에 다시 박히리라
네 눈에 몰려오는 사막의 바람 속에서 어룽대는
배두윈족의 경전을 네 앞에서 축문처럼 읽어 주리라
사과는 받지 않겠다, 너는 너 때문에 죽는다
쉬잇, 호들갑 떨지 마라, 너는 이제 죽는다, 네 잘못이다
독종이란 말, 맞다, 네게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