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시간을 갈아 끼우다/배옥주

시치 2015. 6. 30. 23:06

시간을 갈아 끼우다/배옥주


남포동 시계골목
늙은 시계 수리공이
어제의 뚜껑을 열고
시간을 갈아 끼운다
키클롭스의 눈알 같은 확대경이
방전된 시간의 지층을 들여다본다

나의 신탁(神託)은 완성될 것인가

톱니바퀴 사이로
깨어나길 기다리는 시침과 분침
내 청춘은
어느 봄날에 염을 해버린 것일까
오리엔트에서 걸어온 태양의 사제가
주문을 외운다
팽팽한 접전의 시각
백발을 날리는 시간의 대장장이가
태엽의 혈을 찌른다

그림자 겹쳐지는 빌딩 사이로
한 줄금 빛이 새어들고
내 손목에서 채깍채깍 맥박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