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컵의 회화1,2 / 손미
시치
2015. 5. 22. 00:29
컵의 회화1,2 / 손미
한 번씩 스푼을 저으면
내 피가 돌고
그런 날, 안 보이는 테두리가 된다
토요일마다 투명한 동물로
씻어 엎으면
달의 이빨이 발등에 쏟아지고
난간을 따라 걷자
깊은 곳에서
녹색 방울이 튀어 오른다
살을 파고
모양을 그리면서
백지 위 젖은 발자국은
문고리가 된다
다른 몸으로 나갈 수 있겠다
컵의 회화 2
컵을 타고 내려가면
비바람과 폭풍
암초를 타고 사라지는 사람
나는 여기서
지느러미가
손과 발이 되어 돋아나는 것을 본다
손과 발,
손과 발은 물처럼 뚝뚝 흘러
귀퉁이 터진 식물 하나가
나를 찾아온다
축 처진 그 속으로 기어 들어가
머리 위로 배 한 척 떠가고
빨려 들어간다
—《문장 웹진》201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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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 / 1982년 대전 출생. 한남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09년《문학사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