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관련글

[스크랩] 시우주 강의

시치 2015. 1. 2. 21:07

 

 

노래 삼긴 사람 시름도 하도 할샤

닐러 다 못 닐러 노래로 푸돗던가

진실로 풀릴 양이면 나도 불러 보리라

-신흠

 

강상치수 여해세 요단술(江上値水 如海勢 聊短述) -두보

 

爲人性僻耽佳句(위인성벽탐가구)

내 사람됨이 편벽하여 좋은 글귀 탐내기를

語不驚人死不休(어불경인사불휴)

놀랠 시를 못 지으면 죽어도 그치지 않으리라

老去詩篇渾漫與(노거시편혼만여)

늘그막에 시편을 함부로 엮어가고 있으니

春來花鳥莫深愁(춘래화조막심수)

봄이 되어 꽃과 새를 봐도 깊이 생각지 않는구나

新添水檻供垂釣(신첨수함공수조)

물가에 난간을 새로 붙여 낚시 내리우고

故著浮槎替入舟(고착부사체입주)

일부러 뗏목을 띄워 배 삼아 타고 지내며

焉得思如陶謝手(언득사여도사수)

어찌하면 도연명과 사영훈의 솜씨를 얻은

令渠述作與同遊(영거술작여동유)

그대와 함께 시를 짓고 노닐 수 있으랴

 

이 율시의 한 줄 “어불경인사불휴(語不驚人死不休)”에는 글 쓰는 사람의 마음을 오래 흔드는 결의가 맺혀 있다. 안 그래도 삶은 시름겨운데 작시의 어려움이 시름을 더한다. 시가 사람을 놀라게 하지 못하면 죽어서도 멈출 수 없다고 하니 그는 결코 말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모든 것이 저 ‘놀람’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인생애환에 깊이 몸을 빠뜨린 시가 제 시름을 등에 업고 일어설 때는, 어김없이 어떤 놀람의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언제나 ‘솟아난 말’이 있다. 시름 가운데서 경이를 찾는 것이 시인의 일 같다. 그는 솟아난 모르는 말을 아는 말에 버무리고 벼리고 빚어 시라고 하는 이상한 글을 짓는다. 도대체 실제적 효용이 들어 있기는 한 건가 의심받는 노동에 종사하는 시인은, 자신이 놀고먹는 인간일까 봐 늘 두려워한다. 진이정은 어디선가 “시인이여,/ 토씨 하나/ 찾아 천지를 돈다”고 썼다. 아마 놀고먹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고,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던 것 같다.

 

 

2. 시를 쓴다는 것

 

“네가 오고부터 모든 일이 기구하기만 하다. 흐릿하게 잊어버리고 멍청하게 바보가 되며, 주림과 목마름이 몸에 닥치는 줄도 모르고, 추위와 더위가 몸에 파고드는 줄도 깨닫지 못하며, 계집종이 게으름을 부려도 꾸중할 줄 모르고, 사내종이 미련스러운 짓을 하더라도 타이를 줄 모르며, 동산에 잡초가 우거져도 깎아낼 줄 모르고, 집이 쓰러져가도 고칠 줄을 모른다. 재산이 많고 벼슬이 높은 사람을 업수이 보며, 방자하고 거만하게 언성을 높여 겸손치 못하며, 면박하여 남의 비위를 맞추지 못하며, 여색에 쉬이 혹하며, 술을 만나면 행동이 더욱 거칠어지니, 이것이 다 네가 시킨 것이다.”

-정민, ?한시 미학 산책? 중에서

 

이영광시인의 강의 중에서 앞부분

출처 : 구름 넥타이를 아시나요?
글쓴이 : 멜로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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