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詩로 여는 세상》신인상 당선작-북두칠성 돌부처 (외 2편)/조송이
북두칠성 돌부처 (외 2편)/조송이
운주사 와불에게 차이어
바닥으로 엎질러진 별이
빛의 뼈를 쓸어 담는다
이목구비 공중으로 다 날리어
서늘해지는
벼랑 끝 웃음으로
부처가 된
일곱 개의 둥근 돌들
남천 울타리를 치고
하루쯤 누운 부처나 일으켜 세워 볼까
봄의 손가락을 자르고 마음만 들고 사라진 허공
맹렬한 비애의 방향에서 돌멩이 같은 밤이 굴러오고
부서지는 하늘 끄트머리를 딛고 일어서는
돌부처의 웃음기
갓 태어난 햇볕 속에서 단단한 이슬방울로 반짝인다
다시 발밑에서 꼼지락거리는
봄의 체온
손 없이 움켜쥔 공중의 첫 문장처럼
보이지 않는 꽃들
돌멩이처럼 어두운 봄입니다
아웃백 옆 벚나무 길
많은 사람들이 오지 않은 내일을 서둘러 완성합니다
산수유에서 목련 개나리 진달래
발바닥부터 피어납니다
패대기당하고 넘어지고
깨금발로 잘근잘근 돌멩이 씹으며
꽃들이 순서 없이 돌 속으로 들어갑니다
배곯은 섬진강이 비틀거리며 밤의 바깥으로 흘러가고
조약돌은 무어라고 웅얼대기 시작합니다
강물에 진초록 아침을 풀어놓고 떠나는 산벚나무숲
풀잎 끝에 닿은 허공의 둥근 입술이 뜨겁습니다
林和
길가 구르는 돌멩이 속에서 입 없는 노래가 태어난다
겨울처럼 터진 구두
시대만큼 가파른 골목길 계단을 오른다
조타모 비뚤게 걸친 그가
낙산공원 성곽 담벼락에 기대어
휘파람으로 네거리 복판의 順伊들을 부른다
인왕과 북악과 종로
어두워지는 저녁의 표정 자세히 들여다본다
늙지 않은 누이들은 시간 밖에서 죽은 계절을 노래한다
낙산으로 돌아와
비브라토의 밤으로 꺾이는 네거리의 오빠
順伊들은 어디로 갔을까
새끼 고양이 두 마리 넘나드는 이화장
이쪽과 저쪽의 경계 사라지고
밤은 밤을 지우며 걸어간다
비탈로 연명하는 골목 뒤돌아보면
아직 오지 않은 봄을 쥐고
그가 있다
무한정 자라나는 어제의 약속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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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송이 / 1959년 광주 출생. 전남대학교 간호대학 간호학과 졸업.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학예술학과 졸업. pine5nin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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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언어의 결과 세계의 부피감-심사위원 : 송찬호, 이재복
예심을 통과해서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모두 쉰 편이었다. 그중에서 조송이의 「북두칠성 돌부처」외 9편과 김미옥의 「장미」외 9편이 눈에 띄었다. 물론 고동명, 정정순, 박화진의 작품들도 그 나름의 정진이 엿보였지만 전반적으로 시가 참신하지 못했다. 조송이와 김미옥의 작품을 놓고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먼저 김미옥 시의 전체적인 인상은 시적 대상을 관찰하는 섬세함과 그것을 단정하고 재치 있는 언어로 풀어내는 솜씨가 어느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가령 「장미」와 「러닝머신」「갱년기」등에서 보여준 솜씨는 당선권에 넣어도 무방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당선작으로 밀기에는 주저되는 것이 있었다. 적어도 시인이 되기 위해서는 서투르고 미흡하지만 자기 자신의 시적 체취가 그 언어 속에 묻어나야 하는데 그것이 다소 부족하다. 시인과 시적 언어가 겉돌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지나치게 시를 만드는데 급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창작에 임한다면 좋은 시를 쓰리라고 본다.
조송이의 경우에는 김미옥의 시에서 지적된 점들이 어느 정도 극복되고 있다. 그녀의 시편들에서 시인의 시적 대상을 대하는 여유와 그것의 흔적을 감지할 수 있었으며, 언어의 결과 흐름이 좋았다. 특히 「북두칠성 돌부처」는 시적 대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적절한 비유와 시어 선택 등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돌부처를 하늘, 공중, 허공의 시적 공간과 연결시키고 있는 대목은 이 시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보이지 않는 꽃들」이나 「林和」에서도 드러난다. 신인이 이만큼 시적 논리에 감을 잡기는 쉽지 않다. 다만 본인은 의식적으로 숨기려고 했지만 전반적인 시상 전개가 대체로 비슷하다. 이것은 자칫하면 시의 단조로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좋은 시는 언제나 평면적인 것에서 벗어나 입체적인 부피감을 강하게 드러낸다.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개성 있는 시인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이재복(문학평론가)
—《詩로 여는 세상》2013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