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질-改作/ 김경미

시치 2013. 10. 16. 23:43

   

     질-改作/ 김경미 

  어머니는, 옷은 떨어진 걸 입어도 구두
  만큼은 비싼 걸 신어야 한다. 아버지는, 소고기는
  몰라도 돼지고기만큼은 최고 비싼 질을 먹어야 한다.
  그렇다 화장 하다 만 듯 사는 친구는, 생리대만은 최고급이다
  먹는 입 싸도 칫솔에만큼은 돈을 아끼지 않는,
  누구는 귀를 잘라 팔지언정 음악만은 기어이 좋은 걸 쓴다.
  다들 세상의 단 하나쯤은 질을 헤아리니
  그렇다 라일락꽃들의 불립문자 탁발의 봄밤 혹은 청색
  다도해의 저녁일몰이야말로 아니다 연애야말로 삼각
  관계야말로 진정 질이 전부이다 고난이야말로 매혹의 우단 벨벳 검은 미망인 기품으로
  잘 지어 입혀야 한다. 몸이야말로 시계를 꺼낼 수 없는 곳
  영혼이든가? 기도야말로
  그렇다! 품종이 좋은 하늘을 써야 한다. 관건은,
  가장 비싼 것 하나쯤엔 서슴없이 값을 치르니 귀함이 가장
  싼 셈, 숨만큼은 정말 제대로 비싼 값을 치르는 것
  다 쓴 이쑤시개처럼 봄햇빛들 쏟아지는
  오후
  싸구려 플라스틱용품들 한없이 늘어놓아진 봄길에
  값이여 말 자꾸 많이 하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