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조금씩 이상한 일들 4 /김경미

시치 2013. 10. 16. 23:23

조금씩 이상한 일들 4 /김경미

사과에서 녹내나던 저녁, 한 사람의 숨이 멎었다

멎고 보니 사람은 흙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숱한 끈과 붕대와 마개로 돌아간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시신의 무엇이 두려워 저토록

묶고 감고 메우고 막는 것일까

마지막 두 발 하염없이 묶일 때

화장실에 달려가 가슴끈을 풀었다

창 너머 칸나꽃이 크고 붉은 동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