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광화문에서 프리허그를/강인한
시치
2013. 9. 9. 22:17
광화문에서 프리허그를/강인한
가시 많은 이 몸 벗을래요.
한국에 가면, 이백만 원 월급 받는 이가 청혼한댔어요.
나보다 스무 살 많은 아저씨, 이백만 원이면
승용차가 있고 기사도 둘 수 있겠지.
생각하고 베트남에서 왔어요, 제 이름은 프엉.
팔 년 됐어요. 일곱 살, 세 살, 오누이
손 잡고 구정엔 고향에 찾아가려 했는데
십팔 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요.
나비처럼 팔랑,
우리 세 식구 저쪽으로 건너가 같이 살 거예요.
가시 많은 이 몸 여기서 벗을래요.
십오만 사천 볼트 전기가 흐른답니다.
삼십 미터 송전탑 거기 사람이 올라가 있습니다.
벌써 두 달째여요.
서커스를 하느냐구요?
억울해서, 억울하고 분해서 알리고 싶었어요. 사람의
꿈을 꾸고 싶은데
턱턱 걸리는 가시 울타리가 무서워요.
겨울 해는 걸음이 빠르지요. 귀신 같은
내가 무서워요.
오래 참고 기다렸어요.
하지만 다시 또 기다려야 하는 당신,
더 이상 우리는 당신에게 질문할 게 없어서 미안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당신을 도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끌어안고 울어주는 것, 그것 말고는.
슬픔에 삭은 바람이 곧 혹한을 데려오겠지요.
쓰디쓴 희망은 식도를 넘어 우리들의 눈물이 될 뿐.
내일이나 모레 희망을 버릴 사람들.
오세요, 이리 오세요.
—《시인수첩》2013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