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호박넝쿨/오세영

시치 2012. 11. 5. 19:51

호박넝쿨/오세영

 

 

여름내

종횡무진텃밭을 점령했던 호박넝쿨이

겨울 되자

무성한 잎들을 떨어뜨린 채

앙상한 모습을 드러낸다.

타고 오르던 수수깡 울은

이미 삭아서 푸석거리는데

얼기설기 엮은 줄기의 인연들이어.

아직 햇빛은 온기를 잃지 않았지만

울타리의 철 늦은 호박들

서리 맞아 시들고 있다.

건너편

양지 바른 유리창에 매달려

옹기종기 햇살을 쪼이는 양노원의

바짝 마른

치매 노인들.

 

―《열린시학》2009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