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수월(水月) (외 1편) / 조성국
시치
2011. 11. 29. 00:13
수월(水月) (외 1편) / 조성국
달 보며 오살나게 짖어대자,
굴리고 밟고 물어뜯어
찌그러뜨린
자칫 발로 찰 뻔한 양은그릇을
잘 헹구더니
물 받아 가져갑니다
능수버들 늘어지고
연꽃 향 그득한 호수에나 뜬
찰박찰박 핥고 핥아
더욱 말간,
세상모르게 고즈넉한
이 저녁 지상의 숨
구멍 같은
달 하나를 엄니는 따와 개밥그렁에
가득 채워줍니다
천묘
문수 정확하다
하얀 각질의 보풀이
제법 두툼하다
발목 젖는 못물에서 더욱 빛나던
갑각의 맨발
저렇게 생생히 달의 광채가 잠긴
둠벙 물에 씻으면
뽀드득, 흰 고무신 닦는 소리가
났다 어스름한 들길을
저벅일 때마다 찍힌 발자국의
본을 떠
평생 맞춰주고선
일껏 부리던 들녘
논두렁에 가만히 엎드린 채 숨을 놓던
나락 빛의 하늘 길까지
내처 신고 갔던 신발 한 켤레
할아버지가
비로소 육탈해 벗으셨다
—《시와 사람》201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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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국 / 1963년 광주 출생. 1990년 《창작과비평》봄호로 등단. 시집 『슬그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