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조율/서화

시치 2011. 11. 25. 00:37

조율/서화

 

 

 

놀이터에서 아이가 넘어지자

울음이 몸 밖으로 확 쏟아져 나온다.

엄마 품에 안긴 아이,

꼭 아코디언 같다.

 

오래전 불안의 연주에 울어 본 기억이 있다.

집을 묻고 엄마를 묻고 이름을 묻던 불안의 한때를 기억한다.

 

그 후 미아가 되기도 했으나

그 많던 불안들은 다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다.

온몸을 맡기고 싶은 울음이 없어졌다.

 

아이의 몸 안으로 울음을 넣어주는 엄마

얼룩으로 번진 울음과 흐느낌을 토닥거려

몸으로 다시 들여보내는 저 조율의 한때

불안한 음이 가득 들어 있는,

유년의 중심은 발이 너무 가볍다.

 

비스듬히 기울어 있는 나무들에게서 바람이 쏟아진 후

다시 잠잠해진 가지들

지상의 사물들도 모두 조율의 시간을 갖는다.

공중에서 퍼지는 물줄기와 온갖 소음들이

오후의 놀이터를 조율하듯

어둑한 한기가 몸에게 시절을 묻고 있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2011년 1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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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 / 1960년 강원도 영월 출생. 상지영서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8년 《詩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