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시간과 비닐 봉지 / 이원
시치
2011. 9. 20. 17:28
시간과 비닐 봉지 / 이원
검은, 비닐봉지 하나, 길바닥을 굴러다닌다 계속해서 시간은, 길보다 먼저 다리를 뻗는다, 검은 비닐봉지, 이번에는 계단이 있는 곳까지, 굴러가더니 멈춘다 잠시 따갑게, 부스럭거린다 시간은 다리를, 양 옆으로 길을 벌리며 간다, 가다 간판, 밑에서 멈춘다 무방비 상태로 옷의 앞을 모두, 풀어놓은 채 시간은 계속되고, 있다며 비닐봉지, 검은 쓰레기가 있는 곳으로 굴러 들어간다, 한참 나오질 않더니 검은, 그림자를 흔들며 헤집으며, 나무 밑에 멈춰 있다, 그곳에서 시간과, 비닐봉지가 같은 색으로 만난다, 나무에 등을, 기댄 시간의 한쪽 다리가 무릎에서, 잘려 있다 뒤를 보니 나무의, 중간쯤에 다리를 접어 올리고, 있다 비닐봉지는 여전히, 나무 밑에 머물러 있고 몸을 앞으로, 숙인 시간은 무엇인가를 뒤로, 껴안고 있다
1992년 『세계의문학』가을호 당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