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

이경림 시 보기(4편)

시치 2011. 8. 2. 18:44

   空 (외 2편)/이경림

 

            네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

                 네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

                 네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

                 네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

                 네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

                 네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

                 네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

 

                                  여인아

너의 알몸 위에 별처럼 흩뿌려지는 놈의 씨앗들을 보아라

 

 

 

우리가 한 바퀴 온전히 어두워지려면

 

먼저 어둠이 몰려와야 하리

울부짖는 한 무리 갈가마귀 떼같이

 

정수리에 아직 뿌옇게 빛이 묻어 있는 저 모자구름을 덮으며

그 아래 산을 덮으며

그 아래 집들을 덮으며

그 아래 가로수를 덮으며

그 밑을 오고 가는 온갖 것들을 뒤덮으며

와야 하리

 

그림자들은 사방으로 몸을 늘리며 번져야 하고

마을이 미끄러지듯 길 끝으로 걸어가

그 끝에 기대섰던 山만한 고요와 만나야 하리

그러면, 세상 한 날의 적막한 식사 시간인

밤이 시작되리

 

그때, 궁창은

이루 셀 수도 없는 별들을 켜들고 달려오고

한 귀퉁이에서 달은 예의 그 노란 터널을 열리

그 속으로, 이녁이 한도 없이 흘러가는 소리……

 

어떤 이는 바람 소리라 하고

어떤 이는 풀벌레 뒤척이는 소리라

또 어떤 이는 지구 돌아가는 소리라

신음 소리라

뉘 우는 소리라

하는 그 소리, 밤새 들으며

짧고 깊은 꿈 건너야 하리, 아니

또 누군가는 뜬눈으로

검은 밤이 하얗게 새는 장관을 보기도 하리

우리가 정말로 한 바퀴 온전히 어두워지려면

 

     神 2

나는 매일 신을 신고 저자로 갔네

나의 신은 나의 발에 꼭 맞아 마치 내 몸의 일부인 것 같네

이따금 신은 고약한 냄새를 피우기도 하지만

그건 전적으로 나의 탓

내가 신을 씻지 않았기 때문이네

 

어디로 가나요?

신은 내게 한 번도 물은 적 없네

나도 마찬가지

 

내가 집안에서 쉴 때 신은 문밖 댓돌에서 나를 기다리네

그럴 때 신의 속은 어둠으로 가득하네

 

몇 해 전 내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그녀가 묻힌 비탈에서

그녀의 신이

옷가지들과 함께

불구덩이로 던져지는 것을 보았네

 

神이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네

 

모래들

 

 

그 밤, 나는 바닷가 모래 위에 누워 하늘을 보았다

별들이 모래알처럼 흩뿌려져 있었다

모래들은 가만히 있었다

조개껍질 깨진 병조각 말라비틀어진 해초들도 가만히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어딘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그것이 일 년 전의 바람인지 천 년 전의 바람인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