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림 시 보기(4편)
空 (외 2편)/이경림
네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
네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
네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
네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
네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
네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
네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
여인아
너의 알몸 위에 별처럼 흩뿌려지는 놈의 씨앗들을 보아라
우리가 한 바퀴 온전히 어두워지려면
먼저 어둠이 몰려와야 하리
울부짖는 한 무리 갈가마귀 떼같이
정수리에 아직 뿌옇게 빛이 묻어 있는 저 모자구름을 덮으며
그 아래 산을 덮으며
그 아래 집들을 덮으며
그 아래 가로수를 덮으며
그 밑을 오고 가는 온갖 것들을 뒤덮으며
와야 하리
그림자들은 사방으로 몸을 늘리며 번져야 하고
마을이 미끄러지듯 길 끝으로 걸어가
그 끝에 기대섰던 山만한 고요와 만나야 하리
그러면, 세상 한 날의 적막한 식사 시간인
밤이 시작되리
그때, 궁창은
이루 셀 수도 없는 별들을 켜들고 달려오고
한 귀퉁이에서 달은 예의 그 노란 터널을 열리
그 속으로, 이녁이 한도 없이 흘러가는 소리……
어떤 이는 바람 소리라 하고
어떤 이는 풀벌레 뒤척이는 소리라
또 어떤 이는 지구 돌아가는 소리라
신음 소리라
뉘 우는 소리라
하는 그 소리, 밤새 들으며
짧고 깊은 꿈 건너야 하리, 아니
또 누군가는 뜬눈으로
검은 밤이 하얗게 새는 장관을 보기도 하리
우리가 정말로 한 바퀴 온전히 어두워지려면
神 2
나는 매일 신을 신고 저자로 갔네
나의 신은 나의 발에 꼭 맞아 마치 내 몸의 일부인 것 같네
이따금 신은 고약한 냄새를 피우기도 하지만
그건 전적으로 나의 탓
내가 신을 씻지 않았기 때문이네
어디로 가나요?
신은 내게 한 번도 물은 적 없네
나도 마찬가지
내가 집안에서 쉴 때 신은 문밖 댓돌에서 나를 기다리네
그럴 때 신의 속은 어둠으로 가득하네
몇 해 전 내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그녀가 묻힌 비탈에서
그녀의 신이
옷가지들과 함께
불구덩이로 던져지는 것을 보았네
神이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네
모래들
그 밤, 나는 바닷가 모래 위에 누워 하늘을 보았다
별들이 모래알처럼 흩뿌려져 있었다
모래들은 가만히 있었다
조개껍질 깨진 병조각 말라비틀어진 해초들도 가만히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어딘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그것이 일 년 전의 바람인지 천 년 전의 바람인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