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

암탉들 /조은길

시치 2011. 7. 18. 00:49

암탉들 /조은길

 

 

날마다 입덧하고

날마다 산고의 비명을 내지르는

자궁이 닳고 닳아

삭은 고무바킹처럼 헐거워지면

곧바로 목에 칼이 들어오는

 

생이 통째로 생지옥인 너는

악몽에서 깨어난 듯

눈알이 휘둥그레 두리번거리며

탈출구를 찾아보지만

문 없는 쇠창살은

한 발짝 운신조차 힘들다

 

거친 밥 몇 톨 던져주고

네 산고를 지켜보고 있는

낳자마자 탁탁 깨부숴 불속에 던져버리는

싸늘하게 식은 눈빛들을 보라

네 손아귀에서 벌벌 기다

만신창이가 되어 죽어간

네 전생의 악업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싸늘하게 번뜩이는 저

눈빛 눈빛들

 

 

 

                          —《시작》2011년 여름호

 

-----------------

조은길 / 1955년 경남 마산 출생. 방송통신대학 국문과 졸업. 199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노을이 흐르는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