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뿔/김성규
시치
2011. 7. 7. 16:05
뿔/김성규
한 번도 남들과 다르게 살아 본 적 없어
몸을 웅크리고 어둠속
내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혈관 속 어린 사슴들이
뛰어나오려 사방을 들이받고 있어
동맥을 달려 팔뚝을 들이받는 사슴들
혈관을 긋자 공중으로 솟구치는 사슴들
아직 자라지 않은 뿔로
술에 전 벽지를 들이받고
천장에서 웃으며 뛰어다니고 있어
내 몸을 통과해 나오는 사슴을 보며
천장을 뚫고 몰려다니는 사슴을 보며
내가 온몸으로 내 이름을 부를 때
끝없이 변주되는 내 울음 소리가
얼굴을 덮으며 꽃잎처럼 쏟아져
몸을 웅크리고 어둠속
내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구름을 뜯어먹는 사슴의 눈동자와
벽에 그려진 거대한 뿔과
처음 듣는 내 웃음소리가
분홍 발자국이 되어 얼굴을 덮고 있어
—《문장웹진》201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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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 1977년 충북 옥천 출생.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너는 잘못 날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