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투어(鬪魚)/이혜미

시치 2011. 2. 26. 01:27

투어(鬪魚)/이혜미

 

 

   빛나는 가시를 세우고 너에게 갈게.

 

   보고 듣는 것이 죄악이어서 무엇도 유예하지 못하고 부서져 완전해진 무늬가 되어 헤엄칠 때. 우리가 나눠 가진 입자들 일제히 진동한다. 지느러미를 펼치니 너와 나의 그믐.

 

   어쩌면 이렇게 단단하고 빛나는 것을 몸 안에 담가두었니.

 

   뼈, 거품 속에서 떠오른 얼굴. 그 얼굴은 심장에서 가장 먼 곳에 있어 네가 머물던 자리에 다른 비참이 들어선다. 서로를 흉내 내다가 서로에게 흉이 되는 순간. 늑골을 숨기고 촉수를 오래 어루만지면

 

   우리는 두 개의 날카로운 비늘. 아름다운 모서리가 남겨졌다.

 

   아직은 목젖을 붉게 적시며 구체적인 오후를 꿈꾸고, 잃어버린 세 번째 아가미를 찾아 돌아올 수 있을 거야. 그렇다면 깊이 고인 맹목도 헛된 문장만은 아닐 것

 

   그러니 함께 멀리로 가자.

   아름다울 몫이 남아 있다.

 

                                          — 『시안』 2010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