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

울음의 고리/박남희

시치 2011. 2. 4. 14:07

 

 

 

 

저녁에 이르면 하늘과 바다가 충혈된다

하늘은 바다를 보고 울고

바다는 하늘을 보고 운다

 

그것은 하늘과 바다가 운 것이 아니다

하늘 속의 구름이 울고 새가 운 것이고

바다 속의 물이 울고 물고기가 운 것이다

 

그 울음은 한밤을 지나 아침까지 계속된다

울음은 전염성이 강하다

저녁이 아침을 향해 밤새 우는 바람에

아침 하늘이 충혈된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태어날 때 우는 것과

 

사람이 죽을 때 우는 것은 같은 것이다

아이는 태어날 때 전 생애를 울어줄

저만의 하늘과 바다를 가지고 태어난다

 

아이가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하늘은 바다를 보고 울고 바다는 하늘을 보고 운다

눈물은 하늘에서 바다로 바다에서 하늘로

끝없이 순환한다

 

눈물은 그러는 동안

제 속에 수많은 울음의 고리를 갖게 된다

 

 

 

                                         —《시안》 201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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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희 / 1956년 경기 고양 출생. 숭실대 국문과, 고려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96년 경인일보, 199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폐차장 근처』『이불 속의 쥐』『고장 난 아침』, 현재 고려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