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는 오백 십여 편의 많은 작품들이 응모되었다. 응모하신 분들의 주소가 일부러 안배라도 한 것처럼 전북뿐만 아니라 서울을 비롯해서 8도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예년에 비하여 많은 편인지 적은 편인지 전북도민일보의 신춘문예 심사를 올해 처음 맡게 된 선자로서는 잘 모를 일이지만 510 : 1이라는 그 경쟁률이 참으로 아찔했다. 대개는 한 분이 3 편 내지 10 편씩 보내셨다는데 어떤 분은 48편이나 되는 시를 한꺼번에 응모하시기도 했다고 한다. 48 편은 너무 많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달랑 3 편만 보내신 경우는 그걸로 그 문학적 역량을 가늠하기에는 너무 섭섭하지 않겠나 싶었다. 그런데도 3 편씩 응모하신 분들이 의외로 많았다는데. 그건 아마도 여기저기 중복투고를 피하려고 작품들을 분산시킨 결과일 것이다. 예심을 거쳐 결선에 오른 작품은 여섯 분이 응모하신 23 편이었다. 결선에 오른 작품들은 우열을 가리기가 몹시 어려웠다. 그런 걸 행복한 고민이라고들 한다는데, 막상 닥치고 보면 그건 결코 행복한 일이 못 된다. 행복하기는커녕 작품을 하나씩 제외시킬 때마다 여러 차례나 망설여야 하는 게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그 중에서 한 편만 가려 뽑을 게 아니라 한 사람당 한 편씩 여섯 편만 당선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그렇게 뽑아 본 여섯 편은 다음과 같다. 성함을 밝히는 일이 낙선된 분들께는 결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작품명만 밝힌다.
「분천동 본가입납」 , 「인절미」, 「개성삼계탕」, 「엄마의 인주」, 「장항선」,「모래내시장」. 「인절미」,「개성삼계탕」,「장항선」,「모래내시장」은 공교롭게도 응모작 묶음의 두 번째에 있는 작품들이었다.
신춘문예 심사를 하다보면 번번이 맨 앞에 내세운 작품보다 그 다음 작품이 선자의 맘에 드는 일이 많은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꼭 그런 건 아니겠지만 맨 앞에 내세운 작품들은 흔히 말하는 ‘신춘문예적 경향’을 의식하느라 온몸에 힘이 들어간 것 같고 , 그런 경향으로부터 조금 비껴 선 두 번째 작품들이 비교적 안정감을 유지하게 되는 건 아닐까 싶었다. 「분천동 본가입납」과「모래내시장」두 작품을 마지막까지 저울질하다가 작품의 안정감과 말맛과 그 정감들이 다소 돋보이는 하미경의「모래내시장」을 당선작으로 뽑으면서 동짓달 긴긴 밤, 뽑지 못한 작품들 때문에 못내 마음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