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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진주 가을문예 당선작- 뱀/임채정

시치 2010. 9. 19. 00:41

2009,진주 가을문예 당선작

 

    뱀    /임채정

 

1.

꿈꾸는 물질, 나는. 찡그린 관자놀이를 내닫는 핏줄, 혹은 두 개의 혀. 당신 생각으로 타오르는 불꽃. 사월 산자락을 불타오르는, 불길 꿈틀대는 등허리, 홀로그램 속 삼천삼백의 개구리, 등의 얼룩은. 날아오르는 수만 벌레들의 꿈틀, 꿈의 틀인데. 나는

 

이런 밤들의 열병식이라 말하면

그래도 내 행진을 엿보다 끌려드시겠어요?

 

2.

불타는 산을 본 일 있다. 그때 나는 인간계와 통정하는 삼천만 통점의 혀로 세상을 핥는 벙어리 부처를 상상했다. 날개란 지상엔 무효한 양식이므로, 간절히 가벼워지는 연기들의 구도

 

3.

네게 사다리를 놓는 날들이다. 발가락을 자른 발끝으로 걸어가 네게서 붉는 참꽃의 나날들이다 고통만큼 높은 사다리가 있을까.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을 때, 손을 놓고 두 발을 뗀다. 추락하는 것으로 거듭 불타오르는 날들이다. 삼천 개 혀를 단 한 입에 달고 나는 침묵한다.

어떤 원시를 불러야 석 달 열흘 너를 타오를 수 있을까. *케찰코아틀, 이 세상 모든 불타는 혀의 총합. 나는 얼마나 작은 불꽃으로 너의 창가를 시작하는가.

 

불타는 산

케찰코아틀

내 심장을 천천히 씹어 삼키시다

 

* 케찰코아틀 : 깃털 달린 뱀. 아즈텍 문명의 위대한 천상 신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의 질서, 세계와 인간의 생멸주기를 결정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