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문학상 수상작과 후보작들

제10회 미당 문학상 본심 후보작(8)위험한 서지(書誌)/신용목

시치 2010. 9. 6. 22:10

제10회 미당 문학상 본심 후보작(8)

위험한 서지(書誌)/신용목

소에게 풀을 먹이고 그것이 뿔이 될 때
까지 기다린다
 
 구름의 행군이 오래 계속되었다
 집들은 양말처럼 현관을 가졌고
 
 어제가 벗어놓고 간 날씨 같았다,
 그 집에 사는 동안 아는 것은 비밀밖에
없었고 모르는 건 소문밖에 없었다 -그러
므로 침묵!
 
 거울에서 가면을 꺼내 쓰고 기다린다
거울이 피부가 될 때까지
 
 가위표 마스크를 쓰고 달력은 날마다
어제 속으로 연행되었다, 가면은 그림자
를 오려 만든 것
 가위는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이므로
 
 거울은 여러 장의 페이지로 넘어간다
 
 그 집은 너무 많은 발자국으로 더러워
졌다 구름의 왼발과 오른발 혹은 오리다
만 눈과 코- 그럼에도 침묵!
 열릴 때마다 현관은 안과 밖을 뒤집었
으며
 
 거울에는 흰 소가 검은 소로 비쳤다,
 날씨가 구름의 양말을 신고 오듯
 
 소에게 풀을 먹이고 뿔에서 꽃이 필 때
까지 기다린다 
 <시인세계 2009년 가을호 발표>


◆신용목=1974년 경남 거창 출생.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