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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방앗간이 사라지지 않게 해주세요 / 김선우

시치 2010. 5. 2. 23:45

떡방앗간이 사라지지 않게 해주세요 / 김선우

 

 

차가운 무쇠 가래떡 기계에서

 

뜻밖의 선물 같은 김 오르는 따뜻한 살집 같은 다정한 언니의 영원한 발목 같은 뜨거운

그리운 육두문자 같은 배를 만져주던 할머니 흰 그림자 같은 눈물의 모음 같은 너에게 연결

되고 싶은 쫄깃한 꿈결 같은 졸음에 겨운 흰 염소 눈 속에 부드럽게 흰 느린 길 같은 노크

하자 기다랗게 뽑아져 나오는 잃어버린 시간 같은

 

안심하고 두 손에 받아들어도 무기라고 의심받지 않을 기다란 것이

 

말랑하고 따뜻한 명랑한 웅변처럼!

 

떡방앗간에서 우리 만날까요

차가운 기계에서 막 빠져나오는 뜨거운 가래떡 한 줄 들고

빼빼로 먹기 하듯 양끝에서 먹어 들어가기 할까요

그러니까 우리, 한 번쯤 만나도 좋은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