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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대해 여럿이 말하다/문태준
시치
2010. 4. 6. 23:17
저녁에 대해 여럿이 말하다/문태준
세상 한 곳 한 곳 하나 하나가
저녁에 대해 말하다
까마귀는 하늘이 길을 꾹꾹 눌러
대밭에 앉는다고 운다
노란 감꽃이 핀 감잎은
등이 무거워졌다고 말한다
암내가 난 들고양이는
우는 아가 소리를 업고
집채의 그늘을 짚으며 돌아나간다
나는 대청에 소 눈망울만한 알전구를 켜
어둠의 귀를 터준다
들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찬물에 발을 씻으며 검게 입을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