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다시보기

뼈 / 이승하

시치 2010. 1. 1. 01:45

/ 이승하

 

화장장 화구 앞에 식구들이 둘러선다
바퀴가 움직여 쇠침대가 나온다
관도 염포도 수의도 사라지고
얼굴도 가슴도 손도 발도
사라지고 없다 아, 몸이 없다

발굴된 미라 같지만 수천 년을 견딘 것이 아니다
한 시간 만에 남은 것이라곤
대칭으로 남은 팔과 다리의 뼈 
갈비뼈 아래로 둥그런 골반뼈
제일 위쪽에 달랑 놓여 있는
해골바가지로 변한 어머니 얼굴

손…… 파를 쓸거나 고기를 다지거나
도마 칼질하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곤 했는데
입…… 듣기 싫었던 꾸지람 소리
눈…… 돋보기 속에 담긴 눈웃음
맥주 반잔에 발개지던 양볼……

저 골반뼈 속에는 생애 내내 자궁이
그 자궁에 10개월은 내가 들어 있었을 터
화장터 인부가 빗자루를 들고
쇠로 만든 쓰레받기에 뼈 쓸어 담는다
빗자루 끝에서 분가루같이 하얀 먼지가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