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
누워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올라타고 싶다 / 김영남
시치
2009. 12. 8. 13:13
누워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올라타고 싶다 / 김영남
나는 누워만 있는 것을 보면 올라가보고 싶다.
그 누워 있는 것들에 신나게 올라가서
한번 가쁜 숨을 매몰차게 몰아쉬고 싶다.
가쁜 숨을
기쁘게
내쉴 것들을 고르다 보니,
나를 기다리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누워 있는 침대, 누워 있는 천장, 누워 있는 하늘…
저기 한 여자도
한사코 누워만 있는 바위를 올라타느라
가쁜 숨을
크게 내뿜고 있다.
여자가 슬슬 기어오르는 모습을 보니까
귀엽다.
용감해 보인다.
아니, 불행해 보인다.
세상에!
오죽했으면 여자가 하늘을 올라타야 할까?
나는 누워 잠자는 걸 보면 꼭 한번 올라타 보고 싶다.
누워 있는 상사, 누워 있는 행정, 누워 있는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