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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저수지의 개뼉다귀 / 박태건

시치 2009. 10. 1. 00:20

저수지의 개뼉다귀

  박태건

 

 

 

개는 죽어서도 습성을 잊지 못하고

저수지를 꽉 물고 있다.

물가에 밀려온

물의 근육이 팽팽하다.

개는 뜨거운 혀를 견딜 수 없어

저수지로 왔을 것이다.

저수지의 물을 다 마셔버리기 위해

과감히 뛰어들었을 것이다.

 

개는 짖는다.

개뼉다귀는 소리로 단단해졌음으로

침묵할 수 없는 근성으로,

마을의 개들이 따라서 짖는다.

개가 짖는 것은 몽둥이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

실컷 욕해줄 것이 있다는 듯이,

산을 깨우며 짖는다.

혀를 빼물고 짖는다.

 

결국엔

온몸이 입이 된

저수지가 따라 짖는다.

 

 

                                                                                —계간《서시》200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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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건 / 전북 익산 출생. 1995년 《시와반시》신인상으로 등단. 대산창작기금 수상. 『나그네는 바람의 마을로』등.

출처 : 푸른 시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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