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냄새 땀냄새

원명사 생전 예수재 회향 작법(2)

시치 2009. 7. 18. 00:09

 

 

 오늘의 동참 제자들. 생,사를 초월하여 극락의 세계로 인도하는 위대한 춤사위에 넋을 놓고 따라 갑니다. 영혼인들 어찌 외면을 하겠습니까?

 

 

 보십시요, 이처럼 아름다운 극락세계를...뭍 중생들을 제도하는 저 보리살타! 뭉게뭉게 보살들의 나발이 보리의 선과를 이룹니다. 

 선녀들이 앞마당을 거쳐서 삽작으로...저만치 가버렸어요. 나무 관세음 보살!

 법당앞 현관에서 수련이 활짝 꽃을 피웠습니다. 하늘에서 시방, 부처님의 가피로 化顯하신 연꽃입니다.

 선녀들의 특별 써비스 **춤, 가늘게 늘어뜨린 종이를 묶어 양손에 잡고 흔드니 천상 구름으로 요술을 부리는 듯합니다.

 

 

 자세히 보면 군데군데 묶여진 지폐가 보입니다. 저승 갈 때 갚아야 할 생전에 진 빚을 줄줄이 묶어놨습니다. 

오늘 갚은 돈의 영수증은 나중에 죄다 나눠드립니다. 선녀들께 보이는 작은 정성으로 팁에 해당하지만 중생들이야 손해 볼 게 전혀 없습니다.

 

 

 

 구름을 말아쥐고 하늘을 오고가는 선녀들의 춤사위가 막을 내리면 오늘의 齋도 끝이 납니다. 마지막 회향은 다비장에서 있습니다.

 

 

 

다비장으로 향하는 발걸음들이 사뿐합니다.  대월거사님의 생전예수재, 참으로 여법하게 회향합니다.

 

 

생전예수재는 철저히 자신의 미래를 살피게 하는 법회입니다. 49재라는 의식은 죽은 이의 미래를 개선시키기 위한 것이지요. 그래서 자신이 살아서 자신의 미래를 위한 의식을 직접 하게 한 것은, 현재의 삶을 철저히 살피게 하는 것입니다. 대개 일상적인 관행대로 살던 사람들에게 객관적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잘잘못을 판단할 기회를 제공한 것입니다. 불교의 모든 가르침은 자신을 살피는 것에서 비롯하기에 불교 본래의 목적에 어긋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윤달에 봉행하는 이 재(齋)는 ‘살아서 미리 닦는 법회(生前豫修齋)’라는 그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것을 미리 바로잡자는 뜻이 담긴 특별법회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은 별로 효과 없는 노력을 뜻합니다. 소가 뛰쳐나가지 않게 하려면 외양간을 미리 고쳐야 하듯이, 우리의 미래가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려면 미리 잘못을 바로잡는 수행을 열심히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언제나 타인에게 빚을 지며 삽니다. 즉 수많은 이들에게 신세를 지는 것이지요. 가깝게는 혈육으로부터 멀게는 이 세상의 모든 구성원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천지자연의 은혜를 받는 셈입니다. 최고로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은 그만큼 더 많은 빚을 진 셈이 될 수 있습니다. 빚을 갚는다는 것은 아만심을 버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며, 감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알게 됩니다.

 

윤달은 흔히 남는 달이라는 뜻으로 알지만 사실은 틀어진 것을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 낸 보정(補正)의 달입니다. 우리가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아주 조그만 잘못은 예사롭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그대로 방치하면 결국에는 감당키 어려운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겠지요. 그러므로 보정의 윤달에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는 수행의 특별한 인연을 만드는 예수재는, 그 본뜻을 잘 살린다면 삶을 행복으로 인도하는 훌륭한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송강스님 / 개화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