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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종달새 / 송찬호

시치 2009. 7. 11. 00:56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종달새

 

                                        - 송찬호 

 

 

 

 나는 달린다 달팽이보다 더 빨리

 지렁이보다 더 멀리 나는 달린다

 종아리에 피리 구멍이 터져 흐를 때까지

 

 나는 이제 당분간 통속한 새들의 시장을 떠난다

 신문도 보지 않고 일기예보도 듣지 않고 화단에 물도 주지 않는다

 내 몸의 피리 구멍으로 무거운 피가 모두 빠져

 나갈 때까지 나는 달려야 한다 더 가벼워져야 한다

 

 강물 조약돌에 비친 물고기 눈 속에

 갈대들이 부는 휘파람 속에

 꼭 쥔 아이의 주먹 속에

 공중에 파종할 새들의 씨앗이 들어 있다*

 나는 나뭇가지에 새로운 서정의 집을 짓는다

 

 앞으로 내 꿈은 저 들판의 푸른 종지기,

 나는 솟구친다 나는 비상한다

 나는 온몸으로 꽃들을 타종한다

 

 나는 달린다 바람보다

 더 빨리 구름보다 더 멀리

 내 푸른 종아리에 종달새 산다

 

 

         * 장석주의 시「고양이」의 변용.

 

 

                     시집『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문지 2009

 

 

 

 

                                 -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경북대 독문과 졸업.

                                    1987년『우리시대의 문학』등단.

 

 

 

 

출처 : 폴래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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