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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고래는 울지 않는다 / 마경덕

시치 2009. 7. 11. 00:54

 

 

 

                                         사진:네이버포토

 

 

 

 

          고래는 울지 않는다

 

                                                    - 마경덕 

 

 

 

 연기가 자욱한 돼지곱창집

 삼삼오오 둘러앉은 사내들

 지글지글 석쇠의 곱창처럼 달아올라

 술잔을 부딪친다

 앞니 빠진 김가, 고기 한 점 우물거리고

 고물상 최가 안주 없이 연신 술잔을 기울인다

 이 술집 저 술집 떠돌다가

 청계천 하류로 떠밀려 온 술고래들

 어느 포경선이 던진 작살에 맞았을까

 쩍쩍 터진 등 감추며 허풍을 떠는

 제일부동산 강가, 아무도 믿지 않는 얘기

 허공으로 뻥뻥 쏘아 올린다

 뭍으로 밀려난 고래들, 돌아갈 수 없는

 푸른 바다를 끌어 와 무릎에 앉힌다

 새벽이 오면 저 외로운 고래들

 하나 둘, 불빛을 찾아 떠날 것이다

 파도를 헤치고 무사히 섬에 닿을 수 있을지…

 바다엔 안개가 자욱하다

 스크류처럼 씽씽 곱창집 환풍기 돌아간다

 

 

 

                시집『신발論』문학의전당 2005

 

 

 

               -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출처 : 폴래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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