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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의 정체성/김 륭

시치 2009. 4. 28. 04:29

모기의 정체성/김 륭

 

 

 

  일말의 가능성 때문이다 하나뿐인 목숨마저 갖다버릴 수 있는 것은, 몸이 너무 달아 왈칵 피가 우는 순간 절정을 맞는 입술이다 그러니까 나는 뜨겁다 너무 뜨거워 울었다 맴돌았다 오로지 당신만을 울며 맴돌다 피를 거꾸로 세운 것이다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날 밤 내가 원한 것은 수박의 붉은 속살이 아니었다 당신이 뱉어낼 씨였다 미안하다, 하나뿐인 목숨을 둘로 쪼개 파들파들 웃어주고 싶었다 눈물보다 체온이 높아진 온몸이 살살 부풀어 올라 허공에 무슨 일이라도 저질 듯

 

  꽃이라도 살해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의 묘혈墓穴이다 사랑은, 오로지 당신을 뜨겁게 울며 맴돌다 절정을 맞는 모기의 가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