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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족필(足筆)

시치 2009. 3. 24. 19:03

족필(足筆)

             -이원규

 

 



노숙자 아니고선 함부로
저 풀꽃을 넘볼 수 없으리

바람 불면
투명한 바람의 이불을 덮고
꽃이 피면 파르르
꽃잎 위에 무정처의 숙박계를 쓰는

세상 도처의 저 꽃들은
슬픈 나의 여인숙

걸어서
만 리 길을 가본 자만이
겨우 알 수 있으리
발바닥이 곧 날개이자

한 자루 필생의 붓이었다는 것을

 

 

 

 

 

 

 

출처 : 시의 정신
글쓴이 : 인주빛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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