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0,1km전
낙오할 일도 포기할 일도 없는 지점이다
여기서 잠깐, 흘린 땀과 함께 젖어오는 자괴감에서 잠시 쉬어갈 참이다
정상을 엎으지면 코닿을 지척에 두고 느긋해진다.
안도감에 신발을 벗고 그동안 애 쓴 다리에게도 위무를 해야지
지천에 널브러진 꽃소식을 외면한 채
TV에 머리를 박고 코로나19의 위기감에서 두문불출 한 지 꽤나 지났다
이럴땐 마땅히 갈곳도 마땅찮고 가까운 산에나 함 가볼거나?
그저께 통화한 고향 선배의 말 마따나 돈 안 들고 건강 챙기는 일이 등산 밖에 더 있으랴
어쩌면 갑갑하고 짜증난 심사를 바꿔 볼 수도 있으려니 하고 산행에 나선것이다
해발 250m태복산 정상, 초입에서 겨우 1700m거리를...
이깐 산 정도는 그냥 쉽게 오르리라 생각했다.
느긋하게 등산화로 갈아신고 작은 배낭엔 물 한 병을 챙겼다
그런데 걸음이 쉽지않다
얼마 오르지 않아 벌써 숨이 차고 다리가 아프다
걸음이 무딜 수 밖에 없다
뒤따르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걸음을 재촉한다
처음엔 안간힘으로 버텨보지만 얼마지않아 추월을 내주고 말았다.
한사람 두사람, 추월도 이젠 당연한 귀결이 되고 만다.
당하면서 느껴야 했던 비애를 나는 오늘 아프게 실감하고 말았다
천근의 무게로 다가오는 비애로
무거운 신발끈을 다시 조인다
드뎌 정상이다. ㅎㅎ, 나는 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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