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반고등어/성선경
너도 한때는 등 푸른 물고기였을 터
오대양이 다 내 텃밭으로
거들먹거리며 쫓아다녔을 터
내가 이제 와서 왜 이렇게 되었나?
굵은 막소금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터
펄펄 눈처럼 흩어지는 천일염 아래
쓰림과 분노가 함께 들끓던 그 시간이
마지막 석양을 보는 눈처럼 아렸을 터
살과 뼈가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고통이 있었을 터
그리고, 그리고서
바다의 문신을 온몸에 새기고는
스스로 바다가 되어갔을 터
이제는 석쇠에 오를 시간
마음을 턱 내려놓자
어디서 텅 하고 종이 울렸을 터
어이!
하고 손 내미는 나를 만났을 터.
—《시와 지역》201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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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 1960년 경남 창녕 출생.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널 뛰는 직녀에게』『옛사랑을 읽다』『서른 살의 박봉씨』『바둑론』. '文 · 靑’ 동인. 《서정과 현실》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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