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토의 시간
정호승
지금은 허토의 시간
이제 이별은 끝났다
모두 눈물을 거두고 삽을 들어라
지금 내 영혼의 육체는 춥다
어서 붉은 흙의 옷을 입혀라
천 년을 함께 살아도 한 번은 이별해야 한다
나뭇가지에 앉은 저 겨울새들이
이미 나의 가난한 평전을 쓰고 있다
아직 내 용서는 잠들지 못했지만
나는 히말라야 설사면雪斜面을 걸어가는
한 마리 낙타
이제 햇살도 저녁에 이르렀다
다들 허토의 삽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라
찬바람이 불고 나뭇잎은 떨고 있다
누구에게나 허토의 시간은 찾아온다
ㅡ《시인세계》2009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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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 1950년 대구 출생.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서울의 예수』『새벽편지』『별들은 따뜻하다』『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이 짧은 시간 동안』『포옹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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